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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사랑의 의미_김중술
    카테고리 없음 2009. 2. 22. 23:37

        토요일이 11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 책꽂이를 보던 중 살짝 튀어나온 이 책에 손길이 간다. 사랑 그리고 결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사랑의 심리학"을 소개한 책이다. 나름 페이지마다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된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접하지 못한 어휘를 페이지에 적어보고, 귀퉁이를 접고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아마도 결혼전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다른 좋은 서적도 많았겠지만 여기 저기 빨간볼펜의 밑줄과 체크 표시는 그 만큼 내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들이 시선을 사로잡아서 일 것이다. 

        아내에게서 만년필 선물을 받았다. 반면에 사무실일과 지방에서 찾아온 사촌동생의 방문으로 옆지기에게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신나게 놀고 핀잔을 들었으면 덜 섭섭했는데 수준 미달의 공연으로 적잖은 실망감을 동생들과 겪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기념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모양새가 되어 눈물을 보이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잔뜩 안기게 되었다. 사장님의 병원입원으로 격주 휴무를 반납하고 나갔고 중간에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했던 일들이 함량미달이 되고 실망스런 공연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받고 말았다. 이 공연 티켓도 사무실에서 거래처의 부탁으로 구입한 것으로 부담스러운 비용이 아까워서 찾아갔는데 어이없게도 중간에 빠져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 저런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결혼 기념일이라고 말했던 사촌동생들은 꽃다발을 꼭 준비하자고 했다. 그런데 판매자의 포장이 어설퍼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다소 김이 빠졌지만 동생들의 애교와 함께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결국 아내의 눈물을 보았고, 착찹한 심정이 밀려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작은방으로 들어와 보니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책 "사랑의 의미"의 페이지를 다시 펼쳐본다. 나는 잘 하고 있는가? 다시 한 번 결혼과 사랑에 대한 근본을 살펴보자. 제목은 어렵지 않게 느껴지나 내용은 전문 용어의 등장으로 딱딱하지만 적절한 인용과 해석으로 그 수위가 낮아졌다. 내가 이토록 탐독을 했던 까닭은 결혼에 대한 강박증이 작용했다. 꽉찬 나이게 코너에 몰린다는 생각에서 결혼과 사랑의 의미에 빨간줄을 그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사뭇 진지했고 절박감이 밀려온 사실 역시 숨기지 않겠다. 

         내가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난 그 날을 떠올려 보면 인연은 자기가 상상하는 이성을 마음에 속에 간직하고 있을때 내 앞에 나타난 상대방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이런 상대를 만나 결혼 하겠다라고 맘 속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방의 특징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런 기운을 상대방에게서 감지한 것이다. 숨겨진 이성의 아우라가 내 눈에 비친 것이라고 하면 믿을지 모르겠다. 아뭏튼 뭔가 대화가 통했고 짧은 시간의 만난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날 이 후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여동생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너는 "사랑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간직하고 있습니까? 라는 난해한 질문을 남긴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유명한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었다.
     
         이 책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저자는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는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사랑의 의미를 확인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고유"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의미가 그 사람의 성장과정 및 가정환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내용을 내 경우에 비춰보면 정말 양측의 집안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나중에 둘이서 감탄을 했을 정도이다. 고백하건데 아내와의 만남은 아버님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딸랑 명함 크기의 메모지에 이름 석자와 전화번호만 건네 받았다. 그로 부터 딱 한 달 만에 나는 연락을 하였고, 소공동 L호텔 1층 Coffee Shop에서 그녀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 토요일이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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