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목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다.
저녁에만 도착하다 보니 사진 찍는데 어려움이 있어 작심하고 비가 쏟아져 내리지만 핸들을 꺾는다.
그 이름하여
"팥칼국수" 한마디로 순 전라도식이다. 예전 가락동에 둥지를 틀고 있을 때에는 아파트 입구에 유명한 팥칼국수 가게가 있어 어렵지 않게 접하였지만 그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알고 가지 않으면 시식하기가 조금은 힘든 음식이다.
이 음식은 비가 내리는 날 제격이다. 좌석에는 연배가 5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고 간혹 20대 친구들도 식당으로 들어온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초여름에 말이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어렸을 적 먹었던 맛의 DNA를 다시 접한 기분이다.
역시 어릴적 먹은 음식의 맛은 뇌리에 깊숙히 각인 된다는 사실을 내가 증명하는 것 같다. 색깔이 예술 아닌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한 팥의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팥칼국수를 먹을 때는 남쪽 동네에서는 소금 보다는 달달한 설탕을 선호한다. 특히 어머니는 설탕 우선이었다. 가끔은 소금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달콤함이 압도적이다. 이 부분은 콩물국수를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상경한 이후 콩물에 설탕을 넣어 먹으니 신기하게 쳐다본다. 전라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노란 설탕에 손이 간다.
먹성 좋은 커플인 관계로 팥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두부김치를 주문한다.
잘 볶아진 김치와 두부 _ 막걸리 한 사발이 그냥 따라가 줘야 하는데 핸들을 잡는다는 이유로 아쉽게 통과
사실 팥칼국수만 먹으면 금방 시장해진다. 음식의 특성상 배가 금새 꺼지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 쌍의 바퀴벌레 커플은 미리 한 접시 주문을 날리고 팥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반찬의 하일라이트_팥칼국수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시래기 들깨무침"이다.
시쳇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만큼 담백함이 입안에서 절정에 달한다. 들깨를 간 국물에 된장이 첨가되고 시래기를 조물 조물 무친것이다.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이모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들깨무침이다.
교과서와 같은 반찬이었다. 맛의 기본이 이렇다 하고 보여주는 음식. 다시 말해 조미료 없이 식재료의 맛 그대로가 표현되었다.
GO TO THE BASIC 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너무나 흔하게 상위에 오르지만 과연 제대로 된 맛을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하고 자문해 보는 순간이었다. 아내도 여기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반 가정집을 리뉴얼하여 친근감이 든다. 가게 이름도 재밌지 아니한가? "콩지팥찌" 처음 듣는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앞 마당에 채소가 심어져 있어 다정 다감하게 보인다.
찾아 가기에는 무척 편리하다 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해야 가능할 것 같다. 명함 뒷면의 성남, 판교 방향에서 U턴을 하고 바로 현대 오일뱅크 주유소로 진입해야 한다. U턴해서 내려오다 보면
우측으로 꺽이는 도로의 구조이다 보니 잘못하면 주유소를 통과해 버릴 수 있으니 바짝 긴장하시기 바랍니다. 살짝 우측으로 꺽자 마자 바로 주유소로 진입해야 하는데 초행길에는 다소 찾아 가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속도를 줄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