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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스피커
    칸의視線 2008. 3. 8. 11:13
      울 집에서만 11살을 먹은 친구다.
    전 주인으로부터 양도를 받아 지금까지 보무도 당당하게 거실 한 구석을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상태 극상,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약을 하는 스피커. 아직까지 소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뭐 저 조그만
    스피커가 소리를 내 지르면 얼마나 나올까 할지 모르지만 결론은 "아니올시다" 이다. 한마디로 당찬 놈이다.

      이 친구와의 사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벼룩시장에 나온 이 스피커를 보려고 성산동에서 성남의 남한산성역까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인근의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나와 같은 직종의 일을 하시는 분이셨다. 안내를 받아 그 분의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입이 쫘악 벌어지고 말았다. 바닥에는 스피커와 앰프를 소개한 각종 오디오 잡지의 페이지를 전부 펼쳐 놓으셨고 테스트용 CD 역시 가지런히 준비를 해 놓으셨다. 그분에게는 서브 시스템이지만 그 시절 나에게는 메인이었다. 차근 차근 들어보라고 하시며 각 CD의 선호하시는 트랙을 하나 둘씩 들려주신다. 정말 감동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너무나 예쁘게 마련해 주신 다과상에 넋을 잃었고 두말 하지 않고 시스템 전체를 구입한다. 스피커(자작스탠드 포함), CDP, 진공관앰프 일체를 말이다. 다음날 손수 승용차에 싣고 나의 방에서까지 스피커 설치를 도와주셨다. 그 때 아드님이 고등학교 3학년 지금쯤 어였한 직장인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이런 인연으로 3년전 받은 답장 메일 하나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 그때 성북동에 건축설계 사무소를 오픈하셔셔 운영하신다고 들었다. 꼭 한 번 연락을 드리고 찾아 뵙고 싶다. 그 때 마련한 오디오는 결혼 할 때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 그대로 신혼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앰프와 CDP는 다른 분께 양도를 했지만 손수만드신 스피커 스탠드 때문이라도 스피커는 끝까지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음악을 사랑하시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신 Y선생님과 사모님의 고마움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다. 고맙습니다.

      태생은 영국. 와피데일 다이아몬드5. 마지막까지 보관하였던 스피커 박스. 정말 포장된 박스 까지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피커다. 하얀박스에 시원한 하늘색 줄무늬가 사선으로 굵직하게 인쇄되어 보는 사람 마음까지 살랑거리게 했던 디자인. 아쉽게도 이사오면서 낡아 버린 상자는 쓰레기통으로 가는 운명을 맞이한다. 하지만 내용물인 검정 스피커는 머리에 장식품을 이고도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요즘 사무실 컴퓨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갈 수록 귀에 거슬린다. 물론 나의 PC에는 아예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았다. 잠깐이면 들어 줄만 한데 시간이 길어질 수록 머리가 멍멍해진다. 오히려 오래된 컴퍼넌트 스피커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훨씬 편하다. 녹음의 질 보다는 스피커가 문제인것 같다. 어차피 소스는 디지털 아닌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와피데일은 양반이다. 이 회사 역시 지금은 대부분에 원가 때문에 저가형은 중국 제품이다. 오히려 나이 먹은 이 친구는 그 나마 영국산. 고장나지 말고 다음 이사갈 집에 까지 같이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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