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즈음 꺼내 든다. 3번을 손에 잡는다. 내 손안에 딱 들어가는 크기로 간결 그 자체.
덜컹거리는 지하철이라는 삶의 테두리 에서도 책의 향기가 퍼진다. 만족할 줄 모르고 욕망의 무한대를 향해 버둥거리는 나를 용서하자. 인생 공수래 공수거 아닌가? 몇 평 더 넓혀가자고 통장 잔고 더 채워보자고 땀을 흘린다. 없으면 없는대로 그 나름의 여유를 찾아 보는 페이지. 가끔은 침묵의 시간도 필요하다. 산다는 것은 지식이 아니 지혜를 늘려 가는 것이다. 연말 반짝이는 거리에서 벗어나자. 흥청거리는 성탄절을 주예수 그리스도가 바라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극 무대처럼 외로운 한 그루의 나무가 되보자. 공간을 비우면 마음도 비워지고 혼탁한 정신도 맑아지리라.
몇 번을 되풀이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밑줄을 그은 곳이 있어 여기에 옮겨 봅니다. 맘에 들어던 모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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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삼아야 한다. 사람은 무엇보다도 삶을 살 줄 알 때 사람일 수가 있다.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 비울 수 있어야 한다. 텅 빈 곳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