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감농장의 어린 시절. 단감, 홍시, 곶감 등으로 변신을 합니다. 녹녹치 않은 감과수원 일이 아련하게 스쳐가지만 조부의 굵은 땀방울의 결과가 감 이라는 과일로 저의 입에 들어옵니다. 가족을 위하여 그리 하셨지요.
세월이 흘러 오늘은 아내와 함께 푸근한 저녁 그리고 그 시절 이야기를 양촌감 양조장 아치23으로 함께 합니다. 저는 감의 내추럴한 단맛을 뇌가 기억합니다. 많이 먹었고 알찬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어 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감증류주 아치23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 시 음 기 *
1. 하루 냉장고에서 차갑게 온도를 낮춰서 위스키 샷글라스 스트레이트 원샷 40ml.
단감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혀에 남아 다음 잔을 부릅니다. 23%의 알싸한 도수가 가볍게 목을 타고 넘어가며 바로 단맛이 따라 나옵니다. 다시 생각난다는 지점은 바로 내추럴한 단맛.
스페인 다국적 기업의 벨기에 제조 노브랜드 초콜릿은 달달함과 미끌미끌거리는 식감이 함께하며 감의 단맛과 결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옆지기는 안주로 잘 맞는다고 단박에 말한다.
아치 23과는 코스타리카 70% 카카오의 빈투바 초콜릿 말레쿠. 정제된 카라멜의 농축된 단맛과 견과류의 맛과 휼륭한 조합이다. 물론 화려한 산미의 마스가스타르 역시 좋았다. 맛있어서 사진 촬영을 놓쳤습니다.
초콜릿과의 페어링에 글이 길어졌네요. 제가 직접 제작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 모드.
대량생산의 노브랜드 역시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반면에 원물에 직접 적인 영향을 받는 빈투바 초콜릿과 논산의 감이 원료인 아치23과의 조합은 예상했던대로 훌륭했습니다. 음식과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지요. 반면에 초미식의 세계에 해당할 수 있는 빈투바 초콜릿은 맛의 결이 일치하는 순간의 기분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코스타리카,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등의 초콜릿. 자연스러운 원물과 원물과의 만남은 로컬의 맛을 극대화 시키는 경험을 하였답니다.
* 글을 마치며 *
만든이의 정성이 스며든 아치23.
처음 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을 거치는 고단한 과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볍게 마시는 한 잔은 제작자의 노고이기에 오늘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술에 대한 태도 역시 올바르게 가져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