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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의 향기
    칸의視線 2009. 4. 4. 01:46


    소주를 선호하지 않는 탓에 대안으로 청주를 자주 마신다. 구체적으로 도수가 낮은 술을 좋아한다. 씁쓸한 뒷맛이 맘에 들지 않아 소주를 멀리한지는 오래다. 아직까지 소주를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불상사는 없었다. 대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불편하여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운 술=소주가 되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부분이 다르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런 나의 입맛을 붙잡았던 국순당 백세주와 산사춘.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고 냉장고에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함께한 주변인들의 선호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자리에서 쉽게 주문하기란 어려웠다. 역시 대세는 소주임을 확인한다. 

    경주법주와 국향 그리고 청하 등은 청주다. 교토 여행때 산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마신 사케의 기억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 때의 모습은 이렇다. 어느 여름날 연인 사이의 커플은 얼음이 채워진 넓은 와인잔에 담긴 맑은 사케를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그만 시선을 빼앗긴 것이다. 그 후 집에서 투명한 큰 잔에 얼음을 적당히 집어넣고 청주를 희석하여 마셔보니 입안에 가득한 부드러움을 느낀다. 백화수복 명절에나 마시는 술로 접하는 횟수가 적지만 요즘 나는 자주 만나고 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청주의 향을 늦은 밤 옆지기와 만끽한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마시듯이 청주를 마시는 것이다. 사케와 뚜렷히 비교될 만큼 저렴한 가격이지만 맛은 그에 못지 않다. 와인잔 대신에 묵직한 호가든 맥주잔을 요즘 애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주법주가 청주의 맛이 좀더 살아있는 것 같다. 쌀을 빚은 달콤한 뒷맛의 여운이 국향보다는 조금 더 있다. 쌀쌀한 겨울 어묵 국물을 앞에 두고 먹는 맛이란~! 이래서 겨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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