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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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떠다니다_백운호수작은旅行 2008. 10. 28. 23:14
가을에 빠지고 싶어서 핸들을 꺾었다. 급한 일로 사무실에 나가 업무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목에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서 방향을 전환한다. 집과 직장과 딱 중간에 위치했다. 쌩쌩 달리는 고속화도로 위에서 내려다 본 호수는 내 맘에 쏘옥 들어왔다. 옆지기와 함께 물위를 떠나니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늘 높았고 구름은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가벼웠다. 장소를 바꾸는 것만큼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다. 답답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고 싶었지만 맘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소심함에 매듭을 지은 것이다. 나오기를 잘했다고 아내는 말한다. 동감이다. 쌀쌀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공존하는 호수 위의 노젓기는 망중한이 따로 없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것도 노를 저었다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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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작은旅行 2008. 8. 11. 08:03
1박 2일.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모래사장도 걸어보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갔다온 휴가입니다. 얼떨결에 다녀왔습니다. 펜션 7월에 예약금을 지불하고 사정상 갔다오지 못한 친척이 저희 식구들에게 사용권을 넘겨주셨습니다. 4대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폭염에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해서 숙소에서 맛나게 구워 먹고, 끓여 먹고 싱싱한 그 자체였습니다. 저에게는 올해 86세의 고령이신 외할머니가 건강하게 가족들 곁을 지켜주셔서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른의 존재감이란게 이런거구나 새삼 느낍니다. 평소에 뵙기 힘든 친척이지만 외할머니가 오셨다니 정확하게 영흥도로 가족들이 도착했습니다. 남들 다하는 그림자 셀프샷. 기럭지가 길긴 길지요.ㅎㅎ 올해 5월의 즐거운 기억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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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담다작은旅行 2008. 6. 16. 23:03
삶에 지치고 여유 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팸플릿 내용입니다. 그의 사진을 보고 그곳의 바람을 담았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의 일각일 뿐이며 제주도의 속살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풍경으로 공간은 가득합니다. 제주도에 삶의 열정과 영혼을 송두리채 쏟아부은 사진작가 김영갑.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리뉴얼하여 만든 갤러리 두모악(한라산의 옛 이름)에는 20여 년간 제주도의 풍광을 담은 故 김영갑 선생님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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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지팥찌_팥칼국수작은旅行 2008. 5. 19. 18:38
퇴근 길목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다. 저녁에만 도착하다 보니 사진 찍는데 어려움이 있어 작심하고 비가 쏟아져 내리지만 핸들을 꺾는다. 그 이름하여 "팥칼국수" 한마디로 순 전라도식이다. 예전 가락동에 둥지를 틀고 있을 때에는 아파트 입구에 유명한 팥칼국수 가게가 있어 어렵지 않게 접하였지만 그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알고 가지 않으면 시식하기가 조금은 힘든 음식이다. 이 음식은 비가 내리는 날 제격이다. 좌석에는 연배가 5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고 간혹 20대 친구들도 식당으로 들어온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초여름에 말이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어렸을 적 먹었던 맛의 DNA를 다시 접한 기분이다. 역시 어릴적 먹은 음식의 맛은 뇌리에 깊숙히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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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뱃머리_바다낚시작은旅行 2008. 5. 6. 18:15
일찍 서둘러서 "영흥도" 포구로 달려갑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전 출항은 물건너 가버릴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승선을 합니다. 흐릿한 바다의 하늘 만큼이나 쌀쌀한 바람이 옷깃에 스며듭니다. 비릿한 내음이 한 움큼 폐부를 감싸돌고 나니 "바다여행"의 뱃고동 소리가 실감이 납니다. 작은 항구의 추억을 남기려고 연인들의 사연이 벽에 새겨 졌습니다. 바닷물의 높이 만큼 켜켜이 층이 보이고 존재를 향한 어패류의 붙박이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보면 시간의 간극 만큼 두께는 더 두꺼워 질것입니다. 오늘 출항을 하는 배 입니다. 선장을 필두로 손님들이 승선을 하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바다 낚시를 위해서 해양경찰의 인원점검과 각각의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기록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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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노스텔지어_고흥 녹동(2부)작은旅行 2008. 4. 16. 23:26
포구의 추억이란? 코끝을 간지럽히는 비릿한 바닷내음. 오늘도 파도는 물결을 일렁입니다. 그럼 2부 출발합니다. 남녁의 끝 고흥 녹동항. 바로 소록도와 연결되는 항구 입니다. 조금 있으면 다리가 개통될 것이고, 그 시절의 모습은 추억의 책장에서 만나겠지요. 여전히 항구는 분주합니다. 거센 파도와 함께 삶을 이끌어온 어부의 손길을 언제나 기다리는 곳. 스치듯 지나가는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항구이지만 입을 즐겁게 해준다는 기대하나로 여기에 찾아듭니다. 바다의 싱싱함을 입안 가득히 채우기를 기대하면서~!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평일 포구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오늘도 모터 보트에 몸을 싣고 엔진의 힘을 빌어 전진 앞으로. 갈매기도 날개를 펼치며 창공을 가릅니다. 노란색 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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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라인의 지존_순천만(1부)작은旅行 2008. 4. 15. 23:47
남도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2회에 걸쳐 포스팅합니다. 첫번째 순서로 순천만 입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대포구의 갈대밭으로 해서 순천만의 가장 유명한 촬영 포인트인 용산 전망대까지 등산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10월 중순 이후 갈대꽃이 하얗게 피고 갈대 사이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겨울 철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 가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멋진 나무데크가 놓여져 포구에서 용산 전망대까지 편하게 움직일 수 있고, 갈대밭 접근이 무척 쉬웠습니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시간 관계상 낙조의 모습까지는 기다리지 못하고 용산전망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아쉽게도 물때가 맞지 않아서 온전한 S라인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넓게 펼쳐진 순천만은 남도의 정서 만큼이나 저를 넉넉하게 받아주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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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의 지존 "먹쉬돈나"_안국동 17-18작은旅行 2008. 3. 9. 19:02
"먹고 쉬고 돈내고 나가자"라는 의미의 먹쉬돈나. 이 동네에서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몇 주 전에 이 골목길을 쳐다 봤다. 마침 정오가 되기 전이었는데 사람들이 줄고 서고 있었다. 그래서 점심이 지나고 오후 2시 넘어서 가면 쉽게 자리를 을 수 있겠지 하고 다른 곳을 먼저 들린 후 다시 이곳을 기웃거리는 순간 아니 이럴수가~! 줄이 더 길어진것 아닌가? 도대체 무슨 조화 속인지 참 궁금했다. 떡뽁이 한 그릇 먹자고 저렇게 줄을 늘어트리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시간이 지나서 정오를 조금 지나 다시 이 골목을 방문한다. 아니나 다를까 줄은 더욱 길어졌다. 수은주가 올라가 봄의 기운이 사방에서 감지되는 토요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쏟아지는 많은 인파는 정독..